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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이혼, 상속, 친족(가사)

출산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혼인취소 사유가 될까요?

by 이명일 변호사 2016. 3. 25.


A는 2012. 4.경 B라는 여자와 결혼하고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B는 A와 혼인하기 전에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당해 아이를 출산한 적이 있었고, 그러한 사실을 A에 고지하지 않아서, A는 B가 출산경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이후 A는 2013. 8.경 B가 출산경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B를 상대로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B가 출산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혼인취소 사유가 될까요?




민법은 혼인취소 사유로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실질적으로 혼인취소는 그 사유를 별도로 정하고 있을 뿐, 효과는 이혼과 거의 동일합니다).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1. 혼인이 제807조 내지 제809조(제815조의 규정에 의하여 혼인의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이하 제817조 및 제820조에서 같다) 또는 제810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

2.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있음을 알지 못한 때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




위 사안에서는 B가 A에게 출산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민법 제816조 제3호가 규정하는 사기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원칙적으로 민법 제816조 제3호가 규정하는 '사기'는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한 경우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고지하지 않거나 침묵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다만, 불고지나 침묵의 경우 그러한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인정되어야 위법한 기망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출산경력을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할지라도, 일률적으로 제3호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서는 안되고, 당사자의 명예, 사회통념상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는지와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비난받을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 등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므654,661 판결


민법 제816조 제3호가 규정하는 ‘사기’에는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지한 경우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침묵한 경우도 포함된다. 그러나 불고지 또는 침묵의 경우에는 법령, 계약, 관습 또는 조리상 사전에 그러한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인정되어야 위법한 기망행위로 볼 수 있다. 관습 또는 조리상 고지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당사자들의 연령, 초혼인지 여부,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때까지 형성된 생활관계의 내용, 당해 사항이 혼인의 의사결정에 미친 영향의 정도, 이에 대한 당사자 또는 제3자의 인식 여부, 당해 사항이 부부가 애정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불가결한 것인지, 또는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영역에 해당하는지, 상대방이 당해 사항에 관련된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상대방이 당사자 또는 제3자로부터 고지받았거나 알고 있었던 사정의 내용 및 당해 사항과의 관계 등의 구체적·개별적 사정과 더불어 혼인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과 가치관, 혼인의 풍속과 관습, 사회의 도덕관·윤리관 및 전통문화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것이 상대방의 혼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정만을 들어 일률적으로 고지의무를 인정하고  제3호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서는 아니 되고, 출산의 경위와 출산한 자녀의 생존 여부 및 그에 대한 양육책임이나 부양책임의 존부, 실제 양육이나 교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그 시기 및 정도, 법률상 또는 사실상으로 양육자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지, 출산 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소극적인 것에 불과하였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봄으로써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가 알려질 경우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지, 사회통념상 당사자나 제3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는지와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할 수 있는지까지 심리한 다음, 그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고지의무의 인정 여부와 그 위반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당사자 일방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보장과 상대방 당사자의 혼인 의사결정의 자유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그리고, 대법원은 결론적으로, B의 출산의 경위가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로 인한 것이었고, 출산 후 곧바로 그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이후  양육이나 교류 등이 이루어지고 않았다면 이러한 출산경력을 단순히 고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므654,661 판결


당사자가 성장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하였으나 이후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고, 나아가 사회통념상 당사자나 제3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다거나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단순히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곧바로 민법 제816조 제3호에서 정한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이는 국제결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